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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13켤레의 구두

2012.12.16 17:23 조회 수 7461

오늘아침 출근길은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출근길 차안에서 신호대기중, 자전거를 타고가는 부녀를 발견했습니다.

아빠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뒷자리에 앉은 꼬마 여자 아이의 낄낄거리는 표정으로 보아

아빠도 아마 활짝 웃고 있었을 겁니다.

맑은 하늘을 보며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전거를 가진 대성약방집 아들에게 자전거 한번 얻어 타려고 온갖 수모를 감내 했었습니다.

그래도 자전거 사주라는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어느 날 집마당에 새 자전거가 서 있었습니다.

그 자전거는 그해 겨울방학내내 아버지가 내고장 가꾸기 책자 발간을 위해

자료정리 하신 대가로 받으신 수당이었다고 합니다.

보이스카웃 지도 교사이셔서 방학이면 몇 주간 야영을 가셨습니다.

꼭 그곳에서 제게 엽서를 보내시곤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항상 말해 주셨습니다.

내가 얼마나 영특하고 괜찮은 아이인지...... 

저는 초등학교 때 늘 몸이 아파서 친구들과 함께 잘 뛰어놀지 못했었습니다.

말도 많이 더듬어서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당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제게 "우리 아들은 말하는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쁘다"고 하셨습니다.

전 그 말씀이 진심인줄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동료직원들이 우리집에 놀러 오시는 날은 제 용돈 대박인 날입니다.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놓으라고 말씀하시고는 손님들이 가신 뒤에 닦은 구두수에 맞추어 구두닦은 값을 주셨습니다.

한번은 12분이 오셨는데 13켤레를 닦았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한켤레 값을 더 받기 위해서였지요.

순간 당황하시던 아버지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잠시 당황하시다가 껄껄 웃으시며 "아빠가 잘못 세었네" 하시고는 13켤레 값을 주셨습니다.

그 뒤로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까지 아버지께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임종 전 딱한번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버지! 곧 일어나실 거예요. 힘내세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저를 보셨습니다. 그것은 아들에 대한 끝없는 신뢰의 눈빛이었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 그립습니다.

너무 보고파서 단 몇초만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딱 한마디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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